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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꽂

어린 시절 뒷뜨락에 피던 감꽃. 도톰한 꽃을 무명실에 꿰어 목에다 걸면 이 세상 어떤 공주도 부럽지 않았다. 감나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잎사귀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 윤기 흐르는 초록 드레스로 단장한 여신이었다. 단발머리 아이들은 감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종일 공기놀이를 했다.. 손톱이 닳도록 해 질 녘까지의 재잘거림은 마치 어린 새떼 같았다. 나이 쉰을 훌쩍 넘기고 뽀드득한 감꽃을 보면...!! 반짝이는 감잎을 보면...!! 매끄러운 가지를 보면...!! 공기놀이에 빠진 어린 시절 꼬질이 동무들이 그립다.

내편

남이 알고 있는 것은 근거가 없고 남이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어떤 특정한 질문은 거짓이라고 처음부터 입을 막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비 종교신자가 그렇고 편향된 이념에 매몰된 자들이 그렇다. 평소 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농장이나 사이비종교 신자 같은데 스스로는 신념이 있거나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란 기도문 낭송대회나 아무 말대잔치에 불과하다. 판단의 근거는 신앙심뿐이 없어서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 조건 없는 거부다.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한편이 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비판적 이성은 모두 성전(聖戰)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정치인 사빌(George Savile)은 "내 편이 아닌 이성보다 더 추한 것은 없다. "라고 하였다. 내 편은 틀린 말도 맞게 들리고 ..

결혼이란?

어느 결혼식 축사다. 부부란? 둘이 한 곳을 바라보며 가는 사이라고....!! 과연 그럴까? 부부란 마주 보고 사이 그것이 제일 어렵다. 빤히 보는 사이....!! 일거수일투족 사랑이란 리본으로 묶여있다. 젊을 때는 입이 마중 나오지만 늙으면 잔소리가 먼저 나온다. 나란히 보는 것은 보통이다. 서로 앞만 보는 사이...!! 눈곱이 붙어도 못 보고 좌우 옆통수 뒤통수도 볼 수 없다. 터질 때는 같이 얻어터질 뿐 도망칠 때를 빼고 나면 도움 될 것이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죽을 때까지 007 제임스본드와 본드걸처럼 서로 등을 맞댄사이다. 앞은 각자 방어구역이고 옆은 협동방어 구역이며 뒤는 상호방어 구역이다. 결혼이란 서로 등을 맞대고 뒤를 지켜주는 사이다. 죽는 날까지 뒤통수 맞지 않도록.....!! 그러..

오늘도

시외버스를 탔다. 약간의 통행요금에 내 몸을 얹고 가는 여유가 좋다. iC를 빠져나가는 길목 포항 가는 시외버스의 운전석이 내 자리와 바짝 붙었다. 운전기사의 잘 생긴 콧날과 굳게 다문 입술...!! 불투명 선팅지 밑으로 보이는 옆모습이 마치 서부영화의 주인공 같다. 마흔은 갓 넘겼을까?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이 눈에 들어왔다. 왼 손목에 차고 있는 오토메틱 메탈 시계는 시간을 재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오른 손목에 걸린 옥돌 염주는 오늘도 안녕을 빈다는 뜻이다. 왼손 약지에 반짝이는 링반지는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진정 길 위에 사는 사람들...!. 구릿빛 얼굴에 손등을 태워가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 이팝꽃 날리는 가로수와 짙푸름을 더하는 오월의 들판이 반긴다. 이들이 있..

약령시한방축제

현대백화점 뒤로 돌아가니 약령시 한방 축제가 한창이다. [366년 역사의 대구약령시에서 개최되는 2024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전통문화에 최신 트렌드를 접목한 힙트래디션(Hip Tradition) 문화축제이다. 전통 제례의식인 참여형 고유제에서부터 무료 한의사 진료, 한방족욕체험, 조선굿판:한방클럽 및 좀비스트릿 등 젊은 층과 가족단위가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 외에 뮤지컬 갈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 관광공사 소개글) 축제는 생각보다 준비와 규모가 대단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한방수육 한 접시. 새마을 막걸리가 맛을 더해주니 찰떡궁합이다 한방 떡, 한방 차,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푸짐한 대구 약령시 축제에서 오늘 하루를 보냈다. 허준은 풀뿌리 들..

푸르른 날

오월의 청량한 바람이 뽀얀 씨앗을 불어 올린다. 이렇게 멋진 날... 멋진 노래구절이 생각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 중 하나인 (1968년 간행된 시집 에 수록됨)은 가수 송창식에 의하여 곡이 붙여지고 노래가 되었다. 그는 시인이다. 〈자화상〉에서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라고 고백하였듯 이 구절은 그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서정주의 아버지는 김성수 집안의 마름이었다. 그의 시 「자화상」의 "애비는 종이 었다." 라는 부분은 그 삶을 짐작케 한다. 한국의 생명파 시인이었던 서정주( 1915년 5월 18일~2000년 12월 24일)는 일제시대를 거친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교육자였다.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태어나 , 본관은 달성(達城), 호..

어버이날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지난해 음식점만원으로 푸대접을 받고 딸들과 하루 앞에 저녁을 먹었다. 케이크도 불고 카네이션으로 금빛 폭죽도 터트리고 금일봉도 받았다. 원금회수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초년생의 박봉에서 매월 떼어놓은 예비비이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제일 힘든 어버이는 신혼부부다. 위로 시부모. 친정부모 얄팍한 월급으로 인사할 곳은 왜 그리 많은 지....!! 아래로는 카네이션도 못 접는 아기돌보기, 기저귀갈기 우유 타기. 놀아주기 등등 정신이 없었다. 이런 날이 내게도 올 줄이야! 카톡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선물도 함께 온다. 시골에 계신 엄마한테 가려고 전화를 했다. 엊그제 보았는데 일부러 먼 길 오지 마라고 한다. 그 말을 곧이듣고 종일 그렇게 뭉그적거렸다. 몇 번이나 더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용기

사무실로 손님이 왔다. 낯이 익은 얼굴이다.. 내놓은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조정하고 싶다고 한다. 1년 전에 왔을 때 30년이 지냐 26평 복도식 나 홀로 아파트를 2억 4천에 내놓았다. 6천8백에 분양받아 30년을 살았으니 그 가격이라면 무조건 대박이다. 매물은 페이지를 넘기며 잊혀갔다. 일 년을 훌쩍 넘기고 오늘에서야 1억 7천으로 가격이 내려왔다. 진즉 4천만 원을 내렸으면 거래되었을 물건이었지만 현재의 1억 7천도 매매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시간에 비례하여 집값도 점점 내려갈 뿐이다. 고금리 불황의 시대. 수요는 줄고 공급만 늘어난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은 분양시장을 마비시켰다. 신축시장도 비상인데 구축시장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남보다 조금만 더 내렸으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정리되었을 것을....

인사

결혼식이다. 자식을 출가시키는 양가부모들은 하객맞이에 정신이 없고 신랑신부는 사진촬영으로 바쁘다. 예식이 끝나고 폐백이 없으니 가족들도 뷔페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쯤 지났을까? 신랑신부가 고운 한복 차림으로 내려왔다. 장인장모는 새로 맞은 사위와 딸을 집안 어른들께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켰다. 장인형제 6형제 장모형제 9형제라니 딸린 가솔까지 소개하느라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은 찬밥신세다. 장인장모가 먼저 시댁어른부터 찾아뵈라고 하였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처가 쪽으로 돌고 있으니 시댁어른 뵈러 가자고 중간에 나설 수도 없고 결국 시댁에는 식사가 끝나고나서야 찾아왔다. 요즘은 따로 예법이 없다고 ....!!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찾아본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집안이 만나..

개조카

아진이.. 오빠네 강아지 이름이다. 강아지인데 숙녀라서 강아진이 되었다. 어느 날 오라버니가 아진이를 향해서 "고모한테 가봐"라고 했을 때 나는 졸지에 개고모가 되었다. 나도 털 달린 아들 나로가 있다. 아기 고양이일 때 중성화 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갔을 때다. 안내원이 접수를 하면서 "아기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아기 아니고 고양이예요."라고 말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요즈음 개조카....!! 고양이 아들...!! 이제는 네발 달린 자식으로 안부를 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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