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르르 눈나비 떼가 차창 앞으로 휘몰아친다. 낮은 지붕 위로 하얀 텍스타일이 생기는 눈 내리는 12월. 구붓한 엄마의 느린 걸음을 쫓아 보라색 모자 위로 나풀나풀 내리는 눈나비. 가슴 밑바닥 한 가득 그리움이 일면 몹시도 보고 싶은 사람. 오늘 같은 날에는 아부지 오시려나..!! 꾸역꾸역 내리는 눈발 세상천지가 정결해질 때 지친 하루를 접고 집으로 오시던 아부지. 따라온 발자국 마당에 세워두고 은가루를 털어내던 아부지 점퍼에서 바람이 까르르 쏟아지곤 했다. 싸릿대 비질에도 아랑곳없는 백색 무희들의 공연. "죽은 사람은 생각하지 말고 산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살아. " 라고 하시던... 아부지 떠나시고 벌써 8번째 맞는 기일. 소복소복 쌓이는 눈 아부지 다녀가셔도 그칠 것 같지 않은 뽀얀 눈나비 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