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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뜰

시골 엄마의 돈봉뜰에도 봄이 왔다. 돈봉뜰은 아버지 최돈하. 어머니 배봉린의 이름 중간자를 따서 내가 지은 이름이다 부모님이 일궜던 밭은 해마다 알맞게 곡식을 키워내며 우리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키 큰 소나무는 그 위세가 당당하여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길게 뻗은 소나무가지에 묵묵히 매어주던 아버지의 새끼줄 그네는 자주 끊어 지곤 하였지만 기억 속에서 여전히 춤을 추듯 오르내린다. 그네를 밀어주면서 "어디 까지 갈래." 라고 물으면 "서울까지 간다."라고 대답했고, 다시 한번 "어디까지 갈래" 라고 물을때는 " 미국까지 간다." 라고 대답했다. 높이 날아서 멀리가는 만큼 출세한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버지. 그 소나무도 지난겨울 소나무재선충에 걸려 베어져 나갔고 아버지도 소나무..

산책

엄마와 벚꽃산책을 나섰다. 차를 몰고 골목을 나서자 만개한 벚꽃가로수...!! "멀리 갈 것 없다. 그냥 걷자. 이 길을....!"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빨래터가 있는 해맞이 공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흐드러진 벚꽃은 희고 눈부시다. 한산하던 벚꽃터널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인과 친구와 아이들이...!! 맘껏 봄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의 빠른 걸음에 옆으로 밀리고 뒤로 처지는 엄마는 피로도가 더 높다. 해맞이 공원을 돌아 집으로 오니 1만 보가 찍혔다. 그럼에도 "꽃이 아무리 이뻐도 사람꽃만 하랴. 꽃 중에 제일 귀한 꽃이 인꽃이다." 하시고...!! 개나리처럼 밝고 벚꽃처럼 환하게 웃는 엄마에게 "꽃 중에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더 고운건 인꽃뿐이다." 화답하며 엄마와 걸어본 앞산의 🌸 🌸 벚꽃길.

경고음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다. 촘촘히 붙은 아파트가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다. 마치 옛 오벨리스크를 보는 것 같다. "小心点儿 " 조심하세요. 지게차가 후진하자 내는 소리다. 마치 중국 공사장인 듯 착각을 일으켰다. 현장 근로자들 중 70%가 중국인 조선족이다 보니 경고음이 중국어인것은 당연하지만 묘한 감정이 일었다. 하루 30만원을 줘도 한국 젊은이들은 현장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이삼십 대는 긴 가방끈에 묶여 그들의 활동영역까지 구분 지어 버렸다. 없는 직장을 찾느라 자신들의 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 젊은 은둔형 외톨이 히끼꼬모리의 증가가 일본의 문제이듯 지금 한국에는 쉬는청년이 4050세대 보다 더 많다. 한국 경제의 일정부분을 대체한 외국인근로자가 없다면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에도 붉은등이..

자유

우연히 일흔의 가정사를 듣게 되었다. 남편은 자유를 갈망한다. 어쩌면 졸혼의 삶이 더 어울리는 말이다. 20년은 공부를 했고 40년은 가장으로 살았으니 남은 20년은 맘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댄스를 하고 수영을 가고 외발 자전거를 타고 파크 골프를 하며 텃밭 가꾸기를 한다는 일흔의 남자. 아내의 눈이 문 모서리에 찍혀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웃기만 했을 뿐 병원에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몸은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란다. 남자는 생활의 굴레를 모두 벗어 버리고 싶어 했다. 늙어서 병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느라 더 열중이다. 책임이라는 🧳 짐을 평생 끌고 가는 것이 때로는 가혹하다 생각되어 진다니 ...!! 그것이 꼭 남자만의 무게만은 아닐터인데 나이 일흔에도 ..

지니

지니가 온 이후로 집에서도 소곤거려야 한다. 지니는 귀가 매우 밝다. 딸아이와 나눈 대화를 엿듣는 건지 유튜브를 틀면 관련 마케팅정보가 계속 올라온다. 지니라고 불러도 지니야라고 불러도 딸보다 더 다정하게 대답한다. 음악도 들려주고 채널도 돌려준다. 이젠 TV리모컨을 찾을 필요도 없다.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를 하자하고 심심하면 대화를 하자고 한다. "지니~~~ 너 이 자식이지?" "아니요. 저는 자식이 없어요." "지니야 넌 왜 자식이 없어?" "궁금하신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니 너 바보지?" "그런 말씀하시면 제가 슬퍼요." 어느 날 치마를 두른 색시가 뛰쳐나올까 봐 지니한테 날씨 묻기도 부담된다.

언니 달려

모처럼 영천 오션힐스 cc 보따리 싸놓고 기다린 오늘 아침은, 비. 운동은 못해도 드라이브는 할 줄 알았다. 늦은 취소 통보에 집결장소까지 갔다가 헛걸음만 하고 집으로 왔다. 에라잇~~~~!! 보따리 던져놓고 침대 속으로....!! 비몽사몽 하던 중 스크린을 잡았다는 전화가 왔다. 소풍 도시락을 스크린에서 펼쳐놓고 18홀이 마무리될 즈음, 띵~ 띵~ 휴대폰 알림음이다. 비가 와서 취소가 많았는지...!! 잔여티 반값 라운딩 고령 유니밸리 cc에서 문자가 왔다 연습장 간다 생각하고 곧장 가자고 진담 반 농담 반 뽐뿌질을 했다. 언니 달려? 어차피 비워놓은 하루 우중취소 땜질해야지..!! 천천히 빨리 달려...!! 오후 3시 도착. 라이트 불이 들어오고 녹초가 되어서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시간은 7시 50분이..

재직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글쓰기 모임에 신입회원 입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늦은 시간 부랴부랴 동의를 구하는 문자를 단톡에 띄웠다. 오늘은 내일의 일정으로 일찍 퇴근해야 했다. 이사회 24명의 동의가 늦어졌다. 급한 마음에 카페 게시판에 환영 인사글을 올리고 예약타임을 설정한 뒤 집으로 왔다. 마지막 동의 문자 알림이 뜨는가 싶더니 게시글에 이름을 고쳐야겠다는 메시지도 있다. 후다닥 들어가 보니 재 식을 재 직으로... 써놓은 것이다. 오탈자가 아닌 세 곳의 이름이 모두 동일했다. 퇴직했다는 양반을 나의 무의식이 재ㅡ직으로 두고 싶었던 걸까? 언제인가 지인의 딸이 배구선수로 활약하는 사진을 올렸길래 축하의 인사를 남겼다. '꿈은 미루어진다. '라고. ㅇㅁ에 오타를 냈다. 그..

일요일

한 시간 늦게 일어난 휴일 아침이다. 침울하던 하늘이 끝내 울음보를 터트렸다. 차가운 바람까지 마당을 훑고 간다. 모란은 가지를 쑥 뽑아 올렸다. 꽃망울에 살이 오르는 걸 보니 곧 속이 차오를 것이다.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은 아침. 안마의자에 앉아 TV를 켠다. 머릿속에 오늘 해야 할 계획표를 세웠다. 아침 먹기 통곡물밥 짓기. 미역국 끓이기 세탁기 3통 돌리기 빨래 개기 3번 겨울옷 정리 1시간 점심 먹기 1시간 운동하기 1시간 영화 보기(로기완) 2시간 나로 밥 주기 청소하기 커피. 과일 먹기 청소. 설거지. 뒷정리 기타 등등...!! 이제야 의자에 앉으니 손톱밑이 아프다. 결국 직장인 엄마에게 휴일이란 없다. 날씨만큼이나 피곤한 일요일 괜히 심통이 난다.

폼생폼사

나도 꽃구경 가고 싶다. 딸의 부탁을 접수하고 송해공원으로 달려갔다. 벚꽃도 피지 않은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벚꽃구경보다 사람구경, 차구경으로 재미가 난다. 우리 앞에 서있는 할리데이비슨. 언젠가 다큐로 본 할리데이비슨은 현대판 명마였다. 내 동창도 10년째 라이더 활동 중이다. 어릴 땐 여자인 나한테도 꼼짝 못 하던 숙맥이었다. 20년만 젊었어도 도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기 자전거로 만족해야 한다. 두둥~~~ 두둥~~~!! 앞차들이 내뿜는 매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명마의 주인들...!! 폼생 폼사이다. 가죽재킷에 두건을 쓰고 번쩍이는 명마에 올라앉아있으니 이 좋은 봄날에 어디인들 못 가랴. 이랴~~~~~~~뚜~둥 뚜~~~둥!!

벗꽃

앞산순환도로에 팝콘이 튀기 시작했다. 곧 개나리와 더불어 벚꽃세상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이 봄 꽃과 함께 피어나길 바라며 나도 상춘객들 속에 서성이고 있을 테다. 현충로의 밤 벚꽃은 유난히 더 이쁘다. 네온사인과 어우러진 청춘들의 사랑노래로 벚꽃은 더 하늘하늘해진다. 카페에서 레스토랑에서 벚꽃 엔딩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올 것이다. 아티스트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2012년 앨범이 나온 후로 대한민국의 봄을 대표하는 대중음악이 되었다. 가사만큼이나 노래하는 목소리와 멜로디가 달달하다. 벚꽃엔딩의 인기는 벚꽃연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음원 저작권료는 매 해 수십억에 달한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만큼 매해 초대박 벚꽃잎은 로또가 되어 통장에 쌓인다. 벚꽃이 활짝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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