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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살인

형정국 부연건설 회장의 경동맥에 흉기를 꽂고 분수쑈를 예고한다. "고놈 잘 죽었다." 송촌이라는 전직경찰이 정의구현이라는 미명아래 살인을 일삼으며 하는 말이다.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며 범죄자보다 더 악행을 저지르는 교활한 자들.....!! 세상에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빠르다는 형정국회장이 좋아하는 초밥도 초밥이지만... 손녀딸 같은 아이와 비밀의 장소에서 즐기는 음란함은 오히려 실망스럽다. 범죄의 심각성보다 승진과 계급에 눈먼 경찰들...!! 경찰선후배 간의 비리사건에 얽혀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둔 경찰 장난감.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우발적 살인자 이탕과 정의감에 도취된 전직경찰 살인자 송촌 강도살인으로 부모를 잃은 노빈과 경찰 장난감이 펼쳐 보이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경찰..

네로

엄마가 시골로 갔다. 꼭 일주일 만이다. 시골에는 엄마의 애완고양이 네로가 있다. 네로는 우리 집 냥이 나로의 누나다. 발도 작고 귀도 조그맣다. 말을 걸면 야옹~~~~ 대답할 때도 야옹~~~~~ 목소리가 천상 요조숙녀다. 엄마 없으면 네로는 단식이다. 이웃이 들러 사료를 줘도 일절 먹지 않는다. 뱃가죽이 달라붙은 채 쫄쫄 굶으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엄마는 진료가 끝나자마자 터미널로 곧장 가자한다. 안 봐도 다 알 수 있다. 엄마는 부지런히 집으로 가 네로부터 찾을 것이고 칭칭 감기는 녀석에게 참치캔부터 통째 따준다는 걸...!! 엄마는 네로밥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 네로가 아기고양이일 때 3만 원이나 주고 15년 산다는 주사를 맞혔기 때문이다.

나무

봄에는 나무뿌리에도 새 발톱이 나고 여린 가지에도 초록물이 흐른다. 보드라운 껍질은 살짝만 스쳐도 생채기가 나지만 바람이 만져주고 햇살이 보듬어준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쉬 구부러지고 흔들리며 쑥쑥 자라는 나무도 웬만큼 커지면 고집쟁이가 된다. 바람이 불 때 유연하지 못하면 결국 부러진다. 독야청청 꿋꿋함에 뿌리가 뽑혀도 타협할 줄 모른다. 이러한 것이 어찌 나무뿐이랴.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이 결국 죽고 말듯 인간도 낡은 사고의 허물 속에 갇혀있으면 끝내 도태되어 썩고 만다. 깨어있는 지성이란 사고의 신진대사가 봄의 새순 같아야 한다.

충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엄마랑 놀기 안마받고 넷플릭스 영화 보고 또 안마받고 먹고, 자불고 나로랑 함께하는 즐거운 주말이다. 새로 맞춘 돋보기를 들고 괜스레 책을 뒤적여도 보고 노트북으로 쇼핑도 했다. 글씨가 잘 보인다. 동네식당에서 갈치조림을 먹고 설렁설렁 봄기운을 받으며 집으로 왔다. 마당에 나가 사철나무에 물을 주고 모란나무 묵은가지를 잘라내고 치자나무도 예쁘게 다듬어 주었다 봄바람을 맞고 봄볕을 받으며 몸도 마음도 에너지 무한충전중이다.

뻥쟁이

얼마 전 중소하청업체에게 인부들이 쓸 방을 임대해 주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일정이 변동되어 계약기한을 채우지 못한 채 나가게 되었다. 가스사용료가 미납된 상태였지만 회사에서 준다기에 믿기로 했다. 여러 번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3달이 지나도록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정리되지 않고 있다. 수억의 공사를 한다는 업체에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비굴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럴싸하게 무용담만 늘어놓던 거짓 뻥쟁이가 분명하다. 환갑을 코앞에 둔 계약자의 책임감 없는 행동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정지역 사람들이 전국팔도에서 욕을 얻어먹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가 누굴 욕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성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동전

동전의 앞면만 본 사람에게 동전의 뒷면을 이야기하면 공감이나 동조를 얻지 못한다. 숫자만 보고도 잘 살아왔는데 그림을 들이대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밖에....!!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살아온 이에게 또 다른 진실은 무식의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좌향좌를 한 사람도 우향우를 한 사람도 서로 등을 맞댄 채 자신이 본 것을 향해 오로지 직진이다. 형편없는진영싸움에 날조되어 버린 역사 대한제국 식민사관 대한민국 건국사관 역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편가르기에 줄서느라 유구한 역사의 진실을 대면하기 두렵다니....!! 부끄러움도 모르고 용기도 없다. 역사란 사실적 자료에 의해 수십, 수백 번 다시 쓰여지고 고쳐지며 비로소 바로 서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분초를 다투며 미래사회를 위해 치열한 경..

새봄

아침공기에 초록이 묻어났다. 스멀스멀 몰려오는 새 봄을 기다리며 할 일 없이 마당에 나와 한참을 서성였다. 촉촉하게 내린 봄비를 맞으며 모란나무 새순이 입술을 풀고 바깥공기를 탐색 중이다. 핏빛보다 고운 꽃물을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샛노란 꽃술은 또 어디쯤에 있을까?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다. 《모란》 오라 여인이여.. 시리고도 하얀 성에 낀 창을 당신의 붉은 입김으로 조용히 녹여다오 허리춤 아래 푸른 치맛자락 가볍게 걷어 안고 사뿐사뿐 나의 창문으로 걸어와 다오. 짧은 봄날. 그대의 치마밑에 숨어드는 바람을 잡아놓고 실눈으로 졸고 있을 고양이 머리 위로 이따금씩 떨어지는 봄볕조각들...!! 하릴없이 뜨락에 나와 실핏줄 터지듯 부풀어 오른 그대를 기다리며 나도 모르게 서성이고 있다오.

승차권

명절이 지나고 정기검진을 위해 엄마가 왔다. 점촌에서 대구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점촌에서 대구북부정류장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영대병원까지 도착하면 된다. 18년 전 뇌경색이 지나간 뒤로 어둔한 몸놀림이지만 하루 칠천보 걷기를 실천하는 엄마다. 10시 30분 버스를 타면 12시에 도착한다. 오늘은 명절 뒤끝이라서 좌석이 없다며 12시 버스를 탄다고 한다. 늦은 출발의 이유는 바로 승차권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대중교통 승차권이 모바일 앱으로 판매되고 있다. 휴대폰이 없거나 모바일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좌석표를 창구에서 사야 한다. 앱으로 모두 판매되면 창구에서도 방법이 없다. 꼼짝없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노약자 우대는 못 받더라도 이게 무슨 일인가. 나의 편..

식혜

명절이 돌아오면 우리 엄마 손맛은 단연코 식혜에서 살아난다. 보리에 싹을 틔워 초록 순이 돋아나면 깨끗이 건조하여 찧은 수제 엿기름에서 시작된다. 생수를 붓고 망사주머니에 담은 엿기름을 물에 담그고 조물조물 주무르면 엿기름물이 우러난다. 엿기름물이 어느 정도 우러나면 잠시 두어 녹말이 가라앉힌 뒤 맑은 윗물을 밥솥에 붓는다. 찹쌀로 지은 고두밥도 밥솥에 넣은 뒤 보온으로 2ㅡ3시간이 지나면 밥알이 동동 뜬다. 삭힌 식혜물을 솥에 옮겨 팔팔 끓인 후 구운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다따무리 해지면 아카시아 꿀로 당도를 맞춘다. 다음은 냉장고로 고고씽~~~!! 식혜를 꺼내기 무섭게 모두가 저요 저요 하는 배봉린표 식혜다. 엄마에게 배운 식혜 만드는 법을 잊어버리기 전에 티스토리로 옮겨 보았다.

풍경

모두 차를 돌려세웠다. 설을 보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갈무리해 둔 부모의 마음은 여러 보따리가 되어 트렁크에 실린다. 어둔한 몸이 더욱 바빠진다. 자식의 차에 실려 갈 수 없지만 당신의 모든 것을 실어주고 싶어 한다. 부모란 흔들림이 없다. 떠남의 시작과 돌아옴의 마지막이 될 컴퍼스 회전축 같은 존재. 끊임없이 덜어내도 마르지 않고 고장 난 계산기로도 셈이 틀리지 않는다. 그저 손만 흔들어도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는 자식과 손만 내밀어도 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 그들은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우주인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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