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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자
차가운 냉기가 훅 들어온다.
그래!
겨울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따스한 겨울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의 맛이
있어야 한다.
서해안 지역으로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대구는 눈을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무섭게 흩날리던 눈발도
땅바닥에 떨어지면 곧장 사라져 버린다.
어린 시절
시골 마당 가득 흰 눈이 쌓이면
문틈사이로 입김을 불어보고
마당개 꼬리 흔들듯
눈의 향기를 맡으면 설렘이 일었다.
눈사람도 만들고
골목으로 잇닿는 비질도 해야 한다.
하얗게 쌓인 눈도
며칠 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더 녹아내리거나
앉은자리에서 스며들었다.
슬레이트 지붕골을 따라
송곳 같은 고드름이 길쭉하게 달리면
빗자루 검을 휘두르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점점 나이 들어가니
그런 겨울의 낭만이 없다.
눈으로 이어지는 일상이
현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귓불이 알알하고
볼때기가 따갑고
눈알까지 시큼한
쨍한 맹추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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