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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화분에 고추모종을 심어놓고
매일 아침 물을 주었다.
고추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하얀 꽃을 피우더니
뾰족뾰족 고추가 달렸다.
고추 화분 가장자리에
코스모스씨앗 한 개를 묻었다.
고추가 시들 해질 즈음
코스모스를 볼 요량이었다.
코스모스는 쑥쑥 자라
고추나무보다 더 튼실해졌다.
고추는 코스모스와 반대로
성장을 멈춘 듯했다.
한 화분에
두 가지를 심었으니
그들은서로 살아남으려고
생존경쟁을 벌였나보다.
님도 보고 뽕도 따려했든
나의 욕심때문이다.
고추는 점점 오그라들고
코스모스는 꽃 한 송이를
제대로 피우지 못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거였다.
오늘 아침
그동안 곁을 내준 고추에게
마음껏 뿌리내릴 자유를 주었다.
더부살이 코스모스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