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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은
아줌마 집사가 꿀잠이든
새벽 5시다.
어둠이 걷히기 전에
담장산책을 나가야 한다.
집사 방문 앞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줄기차게 암호를 보낸다.
눈을 감은 채
억지로 일어나는 집사
현관문을 열어준다.
추우니까 얼른 다녀오란다.
담장을 타고
내 영역을 모두 돌아본 뒤
현관 앞에서
다시 야옹을 보낸다.
문 열어라고...!!
집사가 참치캔에
황태가루를 섞어 아침을
준비해 놓았다.
꼬질꼬질한 발은
누나집사 전담이다.
물티슈로 눈곱도 닦고
발가락 사이사이도
깨끗이 닦아준다.
이제는 따뜻한 곳에 가서
털이나 다듬고
잠이나 청하면 된다.
아줌마 앞에서 몇 번
뒹굴어주거나
이름을 부를 때
대충 입만 벙긋해도
아줌마 집사는 황태포를
갖다 바친다.
모래통에 똥오줌 다 버리고
먹고 난 밥그릇이 지저분해도
내 알바 아니다.
가끔 아줌마의 푸념을 듣기도 한다.
"네가 뭔데 놀고먹냐고?"
밥값을 못한다고 하니 기분이 별로다.
내가 사진 모델도 되어주고
여기저기 어질러서
운동도 시켜주고
웃음도 주고
가끔 만지게도 해주는데
하는 일이 없다니
정말 속상하다.
심사가 뒤틀리면 털날림 공격이다.
아줌마는 내가 털을 털 때
기겁을 한다.
곧바로 돌돌이와 청소기가 출동된다.
그땐 2단계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청소기에 놀라는 척
아줌마의 다음 기겁장소
누나 침대 속으로 쏙 숨어버린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