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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50분
어머니댁으로 갔다.
여느 때 같으면
차례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데
오늘은 상만 펴놓고 있다.
아프시다고 한다.
입 맛도 없고
기력이라곤 하나도 없다며
축~~~ 늘어져 있다.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다 먹어갈 즈음
갑자기 남편이 싱크대 앞에서
고무장갑을 찾는다.
어머니에겐
과년한 두 손녀가 있고
소방대원 손자도 있고
며느리도 있는데...!!
당신 앞에서 아들의 설거지가 가당키나 한가.
어머니는 슬하엔
딸 다섯과 천금 같은
아들하나를 두었다.
그 천금의 아들이
설거지를 한다니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
싱크대로 달려갔다
어머니와 남편은
엎치락 뒤치락
밀치고 밀려나며
수세미 쟁탈전이다
이틀을 꼬박 음식 준비한
마누라를 욕먹이는 남편과
마누라가 얼마나 징징거렸으면
아들이 고무장갑을 찾을까 싶어
오해하는 어머니를 보니
내심 화가 났다.
끝내
이제 차례 안 모시겠다고 선언을 하자
설거지는 며느리 몫이라고
눈치 주던 어머니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을 바꾼다.
보자 보자 하니... 해도 너무하다.
며느리도 누구의 귀한 자식이건만!
눈치코치 없는
남의 편이 쏘아 올린 공은
일만 풍성한 추석에서
스트레스까지 풍성한 추석으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