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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구수필문학회
번개모임에서였다.
늘 자신의 삶에 진심인
원로 한 분이
인사말 대신 시를 한 수 읊었다.
같이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이
세월에 떠밀려 하나, 둘
세상을 등지자
마음이 착잡하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치매예방 차원에서
시 외우기를 한다며
인사말 대신
'아침'이란 시를
낭송하였다.
마치 자신의 삶도
아침마당 비질하듯
정결해지고 싶은 모양이다.
《아침》
[네팔의 라이족은 손님이 떠난 후 비질을 하지 않는다
흔적을 쓸어낸다 생각해서
손님은 떠나기 전 직접 마당을 쓴다
자기가 남긴 흔적 스스로 지우며
폐가 되지 않으려 애쓴다
깨끗한 마당처럼만 나를 기억하라고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것들로
마당은 더럽혀지고 있었고
어차피 더럽혀지는 평생을 평생
쓸다 가는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듣기 좋은 건
아침에 마당 쓰는 소리
언제나 가장 좋은 건
자고 일어나 마시는 백차 한잔
산중에 휴대폰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