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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하다.
차 트렁크를 뒤지니
꼭지가 부러진 우산이 들어있다.
두어 달 전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황급히 차를 타면서
미처 들여놓지 못한 우산이
차문에 끼어 꼭지가 부서졌다.
버릴까. 말까. 고민스러웠지만
보기에만 거슬릴 뿐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우산은 줄곧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어디를 가든
우산꽂이에 꽂아두어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새 우산이나
좋은 우산은 신경 써서 간수해도
마법처럼 곧장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깨진 우산은
언제나 나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화살 같은 땡볕에
깨진 우산을 펼치니
비로소 눈을 뜰 수 있다.
옛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았든가.
아무도 관심 없는
고물우산에게 지금 막~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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