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재미 더하기

집사

최포근 2024. 7. 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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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2년 전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다.

시골 엄마집 마당고양이가
낳은 새끼 냥이.

근친상간으로
어미냥이 고등어무늬 메르치와
아들냥이 턱시도무늬
다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어무늬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한 배에 여러 종류의 고양이가 있지만
그중 꼬리도 없는 이 녀석이
우리 엄마 눈에 들었나 보다.

내가 시골을 가던 날
어머니가 주방에 가둬놓고
떠넘기는 바람에
반강제로 집사가 되었다.

주먹만 한 녀석이지만
마당고양이로 키우겠다는
결심에 애처로움을 누르고
현관 밖에 목줄을 매달아
묶어 두었다.

퇴근 후 마주친 녀석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길고양이 영역의 불청객이 되어
턱과 머리를 찢긴 것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곳에는
핏물이 계속 나왔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었는데..!!
신고식 치고는 처절했다.
초보 집사의 무지함에
죽기 직전까지 간 녀석은
쫄보 겁쟁이 냥이가 되어버렸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바로 현관으로 집을 들여놓고
조금씩 조금씩
나의 영역을 접수하여
이젠 내 화장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녀석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
집사훈련에 최선을 다하며
점점
고수집사로 성장해가고 있다.

"나로 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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