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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키우던
골든 햄스터가 떠나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뾰족한 코와
긴 콧수염을 쫑긋거리며
마중 나오던 녀석이다.
날씨가 더워서일까?
햄스터가 챗바퀴를
돌리지 않으면
늙은 것이라고 한다.
녀석은...
우리 집 악당 나로의 눈동자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제 집안에서 혼자 태평성대였다.
악당 나로는
녀석을 건드리고 싶은
원초적 사냥본능에 이끌려
수리집 뚜껑 위에
귀를 붙이고
배를 붙이고
감각을 붙인 채 잠이 들곤 했다.
딸이 혼자 살기를 희망하며
따라나간 수리는
2년 4개월의 생을 마감하고
처음 있던 집으로 돌아와
모란나무 밑에 묻혔다.
딸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간신히 버티다가
딸아이 손바닥 위에
올라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이 퉁퉁 붓도록
슬픔에 겨운 딸은
수리와 처음을 함께 했던
집으로 돌아와
제 방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집이란 그런 곳이다.
죽은 햄스터까지 데리고
돌아오고 싶은 곳.
함께여서 즐거웠던
수리와의 이별식은
짧고 간단했다.
수리의 다음 생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