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재미 더하기

더위

최포근 2024. 7. 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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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휴가다.
모래는
오빠내외랑 가족 라운딩이 잡혀 있다.
현관문을 밀고 나가면
찜통 같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5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에어컨
마당 한편에 모깃불을 놓고
종묘상에서 나눠주던
배추부채, 열무 부채가 전부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지직거리던 흑백 TV안테나를 돌리며
타잔과 수사반장, 전설의 고향,
명화극장을 보았다.
TV앞에 옹기종기 36.5도가 모여 앉아
있는 것도 고문이었다.

오 촉짜리 알전구를 켜놓고
전기세에 전전긍긍이던
그 시절...!
언감생심 에어컨바람은 꿈이나 꿨겠는가.

돈도 돈이지만
읍내전파사에서 선착순으로
들여온 선풍기는 신세계였다.
금성사의 파란 날개는
여름 나기 끝판 왕이었다.
구석으로 밀려난 부채는
그때부터 용도를 달리하여
파리를 모기를 쫓곤 했다.

에어컨 없는 요즘세상은
고생과 고문으로 분류된다.
사람이 숨을 쉴 수 없는 세상.
그대로 쩌죽어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그 옛날 부모님은 종일 땡볕에서
김을 매고, 고추를 따며
쏟아지는 땀과 씨름을 했었다.
일등을 하든, 꼴찌를 하든
책가방 들고 학교 간 자식을 생각하며
오로지 버티고 견뎌낸 세월이다.

이제 삶에 전기가 사라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싫다.

전기 없는 세상은
영화 속에서나
취미로 해보는 생존게임이나
체험학습이 전부이길 바란다.

그럼에도
휴가철이 돌아오면  
더위를 식히러 계곡을 찾는다.
계곡으로 끌어당기던 자식도
늙은 부모도 떠나갔다.

부모는 그 자식과 함께하던
기억을 쫓아 오늘도 더위와 마주한다.
묵은 텐트를 꺼내고
코펠과 버너를 챙기며
땀을 뻘뻘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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