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그랬다.
40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만나면
가자 말자 말도 없이
그냥 하릴없이
터덜터덜 바다로 향했다.
초입에는
고리걸기. 풍선 터트리기
캔 넘어뜨리기. 사격...!!
가끔은 과녁을 맞혀
메릴린먼로의
치마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터널 터덜.....
그렇게 아무런 계획 없이
해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오고 갔다.
해안도로 노점상의 리어카 위에는
마아가린을 듬뿍 바른
토스트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모래사장 위에는
군데군데 모닥불을 피워놓은
청년들의 노래가
신나는 기타 소리에 업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솔밭길 앞을 지날 때
그의 팔이...
내 팔에 닿을 만큼 가까워지면
짧게 스친 살갗의 솜털 감전사태...!!
그날은 온통 그 느낌뿐이었다.
밀려왔다 스러지는 파도의 물거품
바다냄새...!!
해변가 음악다방은 홍등아래 더욱 흔들렸다.
고동색 팔각 줄무늬 물 잔에 보리차가 나오면
다방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재떨이 모양의 일진 뽑기로 운세를 본다.
백 원을 넣으면 담배꽁초처럼
똘똘 말린 종이가 튀어나온다.
조간신문 한쪽 귀퉁이에 늘 있는
오늘의 띠별 운세.
적당히 좋다가 마는 그런 운세였다.
커피 2. 설탕 2. 프리마 2 스푼을 섞은
커피가 달각거리며 나오면
그때부터 성냥갑을 당겨와
성냥개비 쌓기를 한다.
빨간 불이 오르락내리락할 때
음악다방의 18번
그 다방에 들어설 때에~~~~~!!
'커피 한잔'이 흘러나오곤 했다
시내버스 막차가 끊기기 전
밤 별은 무더기로 쏟아져 내렸다.
헤어지는 아쉬움은
정류장 앞 오락실에서
갤러그 한판이 제격이다.
18살, 나의 해운대,
터벅터벅
서천의 해넘이 바닷길을 걸으며
부서지는 파도의
철썩철썩... 척 쏴아아~~~~
내가 40년을 지나오는 사이
파도 소리는 아직도
같은 소리로 나를 불러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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