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재미 더하기

장마

최포근 2024. 6. 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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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적중률 99%
정확히 아침 9시 15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화초 분에
손톱만큼씩 비료를 얹어 주었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싱싱하게 자라 주렁주렁
가지와 오이, 고추를
달고 있었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에는
비가 무척 싫었다.
긴 가뭄에 모내기도 못한 채
애를 태우는 부모님과 달리
교복에 운동화가 젖는 것이
성가시기만 했다.

젖은 교복은
잘 씻은 후 마른 수건에  돌돌 말아
힘껏 짠 뒤
선풍기 앞에 한참을 걸어뒀다가
다림질을 해야 한다.
장마철에 단벌 교복은 정말....!!
게다가 오빠 교복까지 더해지면
일은 더 늘어난다.

시골길 비포장도로가 주는
장마철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저곳에 물 웅덩이가 생기고
배수가 잘 안 되는 진흙길에
쭐쩍 미끄러지기 일쑤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속절없이
튀어 오르는 흙탕물의 축제...!

특히 비 오는 날  하면 안 되는 것 중 한 가지.
40년 전 해운대
솔밭옆 쳐놓은 텐트를 걷을 때였다.
밤낮없이 내린 비로
텐트 아래에 지렁이가
한 바가지는 족히 깔려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이다.

테라스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불규칙적으로 내리는
제각각의  빗방울들이
서로의 소리를 간섭하지 않는다.

'윤하'
물은 아래로 흘러가 만물은 윤택하게 한다.
주역참동계에서
물은 위로 흐르지 않고
불은 아래로 타지 않는다고 하였다.

뚝딱똑토도독 ~~~!!
만물의 윤택을 시작하는
빗방울들의 협주가
장마를 몰고 와
사물의 영혼을 깨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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