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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엄마의
돈봉뜰에도 봄이 왔다.
돈봉뜰은 아버지 최돈하. 어머니 배봉린의
이름 중간자를 따서
내가 지은 이름이다
부모님이 일궜던 밭은
해마다 알맞게
곡식을 키워내며
우리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키 큰 소나무는
그 위세가 당당하여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길게 뻗은 소나무가지에
묵묵히 매어주던
아버지의 새끼줄 그네는
자주 끊어 지곤 하였지만
기억 속에서 여전히
춤을 추듯 오르내린다.
그네를 밀어주면서
"어디 까지 갈래." 라고 물으면
"서울까지 간다."라고 대답했고,
다시 한번
"어디까지 갈래" 라고 물을때는
" 미국까지 간다." 라고 대답했다.
높이 날아서 멀리가는 만큼
출세한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버지.
그 소나무도
지난겨울
소나무재선충에 걸려
베어져 나갔고
아버지도 소나무 한 키 아래에
영원히 터 를 잡았다.
사람도 주변환경도
모두 시곗바늘 위에서
생겨나고 스러지는가보다.
아버지 산소 앞에
옮겨 심은 묵은 모란나무에도
새싹이 돋았다.
엄마에게는
아버지 산소 앞에 돋아난
쓴 냉이, 제비꽃, 쑥들이
골칫거리라지만
나에게 돈봉뜰은
아버지의 숨결처럼, 엄마의 품처럼
따습고 온화한 곳이다.
![](https://blog.kakaocdn.net/dn/k0s91/btsGevleRkB/gwighBcJ4PYslzRpznUuK0/img.jpg)
돈봉 (돈하. 봉린의 이름 중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