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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땡이다.
이틀째 강의를 듣지 않았으니
옛날로 치면 이틀째 결석이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하루를 결석하여 6년 정근상을 받았다.
개근상을 받는 아이들은
두께가 제법 있는 옥편이
부상으로 주어졌고
6년 정근한 아이들은 얇은 영한사전을 주었다.
물론 이틀을 결석하면 이도 저도 없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이 있어야 할 곳의
우선순위가 학교라고 믿었다.
아침에 열이 펄펄 나도
교실까지 업어다 놓곤 했다.
요즘 같으면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그때는 자식이 아픈 것보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더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골 아이들의 유일한 의료진은
읍부리 버스정류장에 붙은
약방 하나가 전부였다.
숟가락에 뇌선을 붓고 물과 섞은 후
통째로 입에 넣어주면 치료 끝이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가는 요즘에 비하면
그때의 치료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딱 하루 결석한 정근의 이유는
아파서가 아니다.
학생수가 많아
오전 오후반 수업을 나눠서 할 때였다.
오후반일 때 동네 아이들과
학교 가는 길 옆 산소 앞에서
노래자랑에 빠져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자아이들을 보고서야
결석하게 된 것을 알아차렸다..
극비에 묻힌 그날의 진실은
정근상을 받고
얇은 영한사전을 받으면서
들통이 났다.
한번 책을 놓으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는데도
이런저런 핑계가 생긴다.
마치 어린 시절 농땡이기질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이젠 정근상도 못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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