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재미 더하기

명품백

최포근 2024. 1. 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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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치킨과 떡국, 밥꽃을 담은
검정 비닐봉지가 환한 불빛 아래
두드러졌다.

20대에는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내용물이 무엇이건 간에
비닐봉지를 들고
차를 탄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마치
세상 사람들 눈에
나보다 봉지가
더 크게 보일까 봐
창피함이 앞섰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생전처음으로
칠곡 운암역에 내렸다.

마침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1번 출구 앞에서 만나
운암지로 향하는 길.!
운암역 앞의 상권은
제법 활기차다.

운암지는
함지산 아래 조성된
대구 8경 중 3 경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어
현재는 칠곡인근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된 운암수변공원은
생태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고
구암고분군과 팔거산성을
이웃하고 있다.
160미터의 데크로드를 따라
팔각정을 한 바퀴 돌아 나왔다.

물레방아에서
찜닭으로 시작된 자리가
봉이치킨의 튀김 닭으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돌아오는 길.
친구는 보내는 아쉬움을
차 트렁크에서 꺼낸
먹거리로 가득 채워주었다.

무엇이든
주고 싶어 못 배기는
그의 마음이 담긴
검정비닐백.
이윤에 눈먼
덤터기 명품백과
어찌 비교하랴.

밀라노 거리를 걷는
한물간 모델보다
더욱 근사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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