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재미 더하기

산실청

최포근 2024. 3. 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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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잠잠하던
구피들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곧 새끼를 낳을 모양이다.

작은 뚝배기에 산실청을
만들었다.
지난번에 새끼와 어미를
떼어놓는 것이 애처로워
그대로 두었다가
새끼 3마리가
제 어미 입속으로
사라지는 낭패를 보았다.

새끼 구출 작전을 세웠다.
고구마줄기와
소라껍데기를 넣어둔 뒤
얼마쯤 지났을까.
바닥에  떨어진
마른 멸치 한 마리?

그것은 바로
출산을 앞둔 어미구피였다.
자기만의 방이 생겨서일까...!!
산실청이 맘에 들어서일까...!!
솟구쳐 뛰어오를 만큼
좋은 이유는 알겠지만
그곳이 죽을 만큼 좋을 수는 없다.

혹시나 하여
축 늘어진 구피를 어항에 넣고
한참을 지켜보았다.
배를 뒤집지 않는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어제 배운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항아리 뚜껑이
구피가 사는 세상의 전부인데...!!
산실청 해체되었다.

졸지에...
나는 살어 방조자가 되어
산실청을 버리고 하늘로 간
삼가 구피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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