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짓는다는 이유로
주변의 다가구 주택
수십 채가 철거되었다.
남겨진 주택은
사라진 것에 비례하여
임대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공급부족은
가격조정도 없이 계약이 되고
건물주들은 입주민을
고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건전한 사람인지,
직업은 안정적인지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임대료는 종전가보다 30% 더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도 치솟는데
임대료까지 오르니
세입자에겐 시름이 늘고
임대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시간은 지나면서
아파트 완공으로 입주시기가 되었다.
신학기가 지났는데도
공실 사이트에 올라온 빈 방의 수는
여느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의 이동현상이다.
하느님 위에 있다는 건물주들의
사무실 방문이 잦아졌다.
집값의 절반은 근저당되어 있고
그중 20%는 전세입자이고 보니
자신이 치른 건물값은
고작 30%에 불과하다.
아파트의 폭발적 공급으로
신축아파트 매매가도 떨어지고
기존 건물가격도 뚝 떨어지고
임대료 역시 맥을 못 춘다.
신축 OP가격이
원룸과 임대료가 비슷해지자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임차인이 어디 있으랴.
집값의 하락은
깡통전세의 불안감을 일으켰다.
높은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전세입자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콘 위에 너무 많은 아이스크림을 퍼 담으면
줄줄 흘러내리듯이
공급폭탄이 투하된
대구 집값의 하락은
그 바닥이 어디인지 예측할 수 없다.
2022년 집값 폭등의 정점에서
부동산 특수에 도취된 사람들은
이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으면
반드시 떨어진다는 것을.....
침잠의 시간을 지나고
새로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여
다시 꽃 피울 그날을 위하여
지금은 한 톨의 씨앗으로
잘 견뎌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