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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가 엎드렸다.
바닥에 턱을 괴고
땅의 숨소리를 듣는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려
담장 타기를 못해서인지
제 집 옆에 붙여둔
방풍벽지를 죄다
긁어놓았다.
모처럼
해를 만나 반가운 것일까?
데굴데굴 구르고
문지르며 신이 났다.
겨울나기를 한
마당 대파에게도
앙상한 모란에게도
인사를 한다.
옆집 마당 산수유가
노랑물을 들였는지
뒷집 감나무가
초록물을 긷는지
먼 길을 이기고 돌아와
눈 비비는 그들에게
담장을 따라가며
봄을 알린다.
콧수염에, 온 몸에
봄 바람을
묻혀온 나로가
어쩌면
봄의 전령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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