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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여름.
아부지방 문틈으로
주먹 만한
새끼고양이가 들어왔다.
시골에서는
고양이도 제 몫의 일이 있다.
녀석은
처음 맛본
먹이 이름 그대로
메르치(멸치)라 불리었다.
아부지의 메르치는
족보를 뒤섞으며
지금도
이름도 없는
마당 식구들을
늘려가고 있다.
누군가의 누구로서....
이름을 갖는다는 건
서로의 마음 끈을
잡고 있다는 거다.
내 이름으로 나를 묶었듯이
보이지 않는 이름에 묶여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 낼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아니
죽은 이후에도...
그 누군가의 자식으로, 부모로
배우자로, 형제로, 친구로
무수한 이름으로
이미 묶여 버렸다.